신기전

  케이블TV에서 'TV최초공개'로 영화 '신기전'을 하길래 어영부영 끝까지 봤다.(공교롭게 아내와 애들이 모두 자 준다)

 

  많은 영화에서 사람을 두부 베 듯이 죽이지만, 이 영화의 마지막은 그 '몰살'을 가져온 '대량살상무기'에 '경배'하는 명나라 사신의 목례를 '역사의 승리'로 자부하는 경지로까지 나아간다. 많은 관객들이 '몰살'에 대한 혐오가 아니라 마치 도미노처럼 쓰러지는 마초적인 원초적 '힘'에 압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전제한 '결론'은 21세기 예술가에게는 '사형선고'에 가깝다. (물론 나한테만^^. 사실 감독의 전작 '와일드 카드'도 동일한 선상에 있지 싶다) 그리고  '조선'이 서양보다 이 신무기의 개발에 300여년 앞섰다는 에필로그의 설명은 전형적인 세계최초, 최고라는 '국가(민족)주의 경쟁의 역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eurocentric에 대한 피해의식으로부터 출발하는 이런 '최초'사관은 역설적으로 eurocentric을 더 강화하고 '다시한번 대~한민국'광고를 도배하게 하는 원인이다.

 

  정재영의 '무엇이 인간의 목숨보다 중하단 말이오'라는 대사는 마치 조선일보가 '사상과 언론, 표현의 자유'를 논하는것과 동일한 코미디다. 하긴 여기서 말하는 '인간'이 어떤 '대상'을 지칭하는 것이냐에 따라 틀리겠지만. 예술 작품에서 '살인'이 등장하지 않아야된다는 모자란(?) 생각이 아니라 '평화', '인권'에 대한 우리의 사고 영역이 어디까지인가라는 것을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어차피 영화도 그 '영역'을 전제로 만들어 진다. 명백한 것은 영화 '신기전'의 내용은 실증적으로도 왜곡된 가상역사 이지만, '승리'로 포장되어야 할 역사도 아니다.  

 

  아내와 말은 하고 지내는 동네 아줌마가 이런 하소연을 했단다. 다섯살 짜리 유치원 다니는 자기 아들내미가 너무 천방지축 까불어서(아내의 말로는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한다) 가톨릭 어디에서 운영하는 '까치발 들고 다니는' 엄격한 훈육기관에 보내야하나..라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인권'의 수준이 딱 여기까지 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