戀戀風塵

사실 아이들이 태어난 후

제대로 영화를 본 적도 별로 없고, 욕망도 별로 없었다가

왠지 아이들이 잠들고 난 밤시간을 허망하게 낭비하는 것 같아 마음을 다잡고

아무것에나(정말 아무것에나!) 집중하기로 한 것이 눈만 뜨고 있으면 되는 영화인,

요즘이다.

 

한 술 더 떠서

느리고(long take) 먼(long shot) 영화들이 자꾸 사람을 붙잡는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안경'도 그렇고(별로 멀지는 않지만)

허우 샤오시엔의 소위 '청춘 4부작'의 마지막인 '戀戀風塵'(연연풍진이라 읽으면 운치는 있다만)도 그렇고. 사실 샤오시엔의 영화들이야 이 영화가 아니더라도 몇몇을 빼면 지독하게 느리니까.

 

마치 '아비정전'의 장국영이 장만옥에게 던진 시간을 붙잡는 대사를 영화로 만든 것 같은

스무살 언저리, 탈출구없는 그 스무살 언저리, 의 그 사랑과 우울한 시간들.

슬픔은 이런 것이다. 스무살 언저리에 샤오시엔의 이 영화는 너무 인상쓰고 뜯어 보았고,

마흔살엔 이미 스무살의 감성이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것.

 

떠나간 친구들을 생각하며 내 방 창에서 놀이터를 바라보던,

(전축에서 LP로 흘러나오던 배경 음악은 우습게도 black sabbath의 changes였다)

감성이 눈물로 흘러내리던 그 이십 여년 전의 밤이 잠깐 왔다갔다.

 

허우 샤오시엔의 청춘 4부작이 줄줄이 기다린다.

댓글 1개:

  1. 이후 본 것들. '동동의 여름방학'(일기장 같은 영화),'童年往事'(특히 이 작품이 가슴아프다, 샤오시엔은 당연히 아무 주의자도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공산주의자는 아닌 것이 확실하다), 차이 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지독히도 느린 영화. 영화시작 44분만에 첫 대사가 나오고 전체 대사도 10마디가 안된다. 폐관을 앞두고 마지막 상영을 하는 옛날 극장(내 고향의 옛날 제일극장처럼)자체가 주인공인 영화. 호금전의 '협녀'(역시 객잔의 실내극)의 먀오텐의 데뷔작이자(호금전의 용문객잔) 유작(안녕 용문객잔)이다. 과거의 기억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집착은 예술가의 필연인가 싶다. 마지막 상영이 끝난 극장안을 2분이상 꼼짝않고 보여주는 장면은 지루하지만 차이밍량의 마음을 이해할 것도 같다. 내 고향의 그 제일극장 마지막 상영을 떠올려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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